대전역 근처 식당에서 일당으로 일하며 느낀 것들

대전역 앞 식당의 분주함과 현실적인 일당

며칠 전 대전역 근처에 있는 큰 중국집에 일용직 주방 보조로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주방 보조라기보다는 면판이랑 칼판 일을 거드는 일이었는데, 예전에 알던 사장님이 급하게 사람이 비었다며 연락을 주셨다. 보통 이쪽 동네 큰 식당들은 일당이 17만 원에서 22만 원 사이로 형성되어 있는데, 내 경우에는 19만 원을 받기로 하고 들어갔다. 오전 9시에 들어가서 저녁 8시 반까지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10년 넘게 요리를 해왔지만, 남의 주방에 들어가서 그 집만의 루틴을 따라가는 건 여전히 적응이 필요한 일이다. 태화장 같은 유명한 곳들에 비하면 규모는 작았지만, 점심시간 러시 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쉴 틈 없는 주방에서 겪은 당혹스러움

사실 처음에는 그냥 가서 칼 잡고 양파 좀 썰다가 면 좀 뽑으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기존에 있던 직원들이랑 손발이 안 맞는 게 너무 컸다. 내가 평소에 하던 방식대로 칼을 쓰려니까 “거기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라는 소리가 뒤에서 바로 들려오는데, 이게 참 묘하게 기분이 나쁘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이 주방의 규칙을 모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힘들었던 건 재료 배합이었다. 평소 익숙한 레시피가 아니라 이 집만의 비율이 있는데, 눈대중으로 하려니 계속 체크를 받아야 해서 오히려 시간이 배로 걸렸다. 주방 보조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실제로는 거의 메인급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점심 장사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 때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일당 알바의 정산과 모호함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문득 든 생각은, 왜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일당 알바를 찾아다닐까 하는 거였다. 나도 사실 N잡러랍시고 이런저런 일을 해봤지만, 결국 몸을 쓰는 일은 내 몸이 나를 배신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제일 서글프다. 오늘 일당은 내일 들어온다. 아니, 정확히는 사장님 지갑 사정에 따라 모레까지 밀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금으로 바로 챙겨주는 곳도 있지만 요즘은 다 계좌 이체라, 밤늦게 알림이 안 울리면 괜히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게 참 씁쓸한 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데도 불구하고 며칠씩 입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일단 당장 급한 불을 끄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하게 된다.

보이스피싱 구인 공고에 대한 생각

일당 알바 자리를 구하려고 알바천국 같은 사이트를 보다 보면 가끔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높은 금액을 주는 공고들이 있다. ‘현금 수거 업무’라거나 ‘고소득 보장’이라는 글자들 말이다. 며칠 전에는 대전 지역에서 12일 정도 일하고 하루 15만 원씩 챙겨준다는 글을 봤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게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 책이었다. 누군가는 정말 뭣 모르고 지원했다가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던데, 그런 공고들이 버젓이 상위권에 떠 있는 걸 보면 참 씁쓸하다.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 클릭했다가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까지 간다는 게, 참 무서운 세상이다 싶다.

앞으로 다시 또 할 수 있을까

저녁 8시 반, 식당 불이 꺼지고 가게 뒷문을 나오는데 왠지 모를 허탈감이 밀려왔다. 19만 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이다. 다음번에 또 부르면 나갈 거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몸은 피곤하고, 내 방식이 아닌 남의 가게 룰을 따르는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크다. 그래도 월급쟁이 생활에 지치면 또다시 이렇게 하루치 노동력을 팔러 나가겠지. 대전역 근처를 지나다 보면 이제 이 식당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질 것 같다. 그날의 습한 주방 열기와 쉴 새 없이 들려오던 호출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