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도서관 어플로 책 좀 빌려보려다 앱만 3개 깔았네

전자도서관 이용이 생각보다 귀찮은 이유

얼마 전에 집에 쌓여있는 종이책들을 정리하다가 더 이상 공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북리더기를 다시 꺼냈다. 예전에 사둔 크레마 팔레트가 서랍 구석에서 먼지를 쓰고 있었는데, 배터리 충전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요즘은 다들 전자도서관 어플로 무료로 책을 빌려본다길래, 나도 한번 해보자 싶어서 호기롭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처음엔 그냥 앱 하나 받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설치해보니 내가 사는 지역 도서관 계정을 일일이 등록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도서관마다 다른 어플을 써야 하는 번거로움

교보문고 전자도서관이랑 예스24 전자도서관 앱을 일단 설치했다. 처음에 앱을 실행하면 내가 이용할 도서관을 검색해서 추가해야 하는데, 이게 참 불편하다. A 도서관은 교보 플랫폼을 쓰고 B 도서관은 예스24 플랫폼을 쓰니까, 결국 두 앱을 다 켜놓고 여기저기 검색해야 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어떤 도서관에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앱을 켰다 껐다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곳은 비밀번호가 도서관 회원번호랑 똑같기도 하고, 어떤 곳은 아예 따로 홈페이지에서 정회원 인증을 받아야만 로그인이 되는 구조였다. 책 한 권 빌리려다가 회원가입만 세 곳을 했다.

대여 예약이 생각보다 너무 치열하다

겨우 로그인을 마치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눌러봤는데, 대부분 ‘대출 중’이다. 전자책이라 무제한인 줄 알았던 내 착각이었다. 인기 있는 신간들은 예약 대기가 20명이 넘어가고, 대출 가능 기간이 보통 14일 정도인데, 앞사람들이 반납을 안 하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게 종이책 도서관이랑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었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그냥 아무도 안 빌려가는 비주류 분야의 책들을 몇 권 골랐다. 사실 이게 더 의외의 발견이긴 했다. 평소라면 절대 내 돈 주고 사지 않았을 법한 인문학 서적들을 그냥 심심풀이로 읽게 되니까.

리더기와의 연결 문제로 겪은 소소한 고통

책을 빌리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크레마 기기에 넣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막혔다. 요즘은 도서관 앱에서 바로 리더기로 전송이 되는 게 아니라, PC에 연결해서 파일을 옮겨야 하는 번거로운 기종들이 많다. 어떨 때는 인증 오류가 나서 파일을 열 수 없다는 창이 뜨기도 한다. 30분 동안 씨름하다가 그냥 앱에서 직접 다운로드 지원이 되는 도서관을 찾아 다시 대여했다. 기기 설정 바꾸고, 다시 인증하고, 파일을 전송하고… 이럴 거면 그냥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3,000원짜리 커피 한 잔 값 아끼려고 2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막상 빌려놓고도 안 읽게 되는 역설

우여곡절 끝에 책 3권을 빌려놓고 리더기에 넣었는데, 막상 손이 잘 안 간다. 종이책은 책상 위에 놓여 있으면 왠지 한 번이라도 더 들춰보게 되는데, 리더기 속의 파일들은 마치 인터넷에 저장해둔 즐겨찾기 폴더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읽겠지, 하고 넣어둔 책들이 벌써 일주일째 기기 속에 잠들어 있다. 대여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질 텐데, 그전까지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짜로 보는 책이라 그런지 절박함이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전자도서관이라는 게 시스템만 익숙해지면 아주 유용한 도구인 건 맞는데, 그 익숙해지는 과정이 너무 귀찮고 투박하다. 오늘도 도서관 앱 3개를 띄워놓고 예약 버튼이나 몇 번 더 누르다 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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