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으로 주식을 굴려준다는 프로그램을 켜놓고 결국 밤새 차트만 들여다봤다
AI 투자라는 말에 솔깃해서 결제부터 해버린 날
요즘 하도 AI가 대세네, 엔비디아나 TSMC 같은 반도체 주식들이 난리네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니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직장 동료는 벌써 주식현황 창만 보면서 실실 웃고 있는데, 나는 삼전이나 신라젠 같은 개별 주가 흐름에 일일이 일희일비하기 싫었다. 그러다 우연히 AI 기반으로 알아서 매매를 돌려준다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거래량상위종목을 분석해서 사고판다길래, 이게 진짜 말로만 듣던 자동수익인가 싶어 덜컥 관심이 갔다. 마침 연동하기 좋다는 MT5 플랫폼을 깔고, 알고리즘을 구동해 준다는 개인 개발자의 스크립트 라이선스를 월 15만 원 정도 주고 결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돈만 넣어두면 알아서 불어나는 행복한 상상만 하고 있었다.
주말 내내 방구석에서 겪은 설치 과정의 짜증
그런데 결제하고 나서 메일을 받았을 때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무슨 API 키를 발급받아야 하고, 해외 가상 서버(VPS)를 대여해서 24시간 내내 프로그램을 켜놓아야 안전하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일요일 오후에 방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매뉴얼을 보며 따라 하는데, 영어로 된 설정 화면과 낯선 용어들 때문에 숨이 막혔다. 대충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될 줄 알았던 예약프로그램 설정이 결국 5시간을 훌쩍 넘겨 저녁때가 되어서야 겨우 끝났다. 윈도우 원격 데스크톱을 연결하고 검은 화면에 빨간색, 파란색 차트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걸 보는데 벌써 지쳐버렸다.
고배당 ETF로 마음 편히 갈 걸 그랬나 싶은 후회
이 짓을 할 바에는 그냥 증권사 앱 켜고 배당이나 꼬박꼬박 나오는 고배당ETF나 사 모으는 게 속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니면 안전하게 비과세저축 계좌에 돈을 묻어두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괜히 남들보다 똑똑하게 벌어보겠다고 AI라는 이름에 혹해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고배당 ETF는 그냥 사두고 잊어버리면 그만인데, 이건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혹시나 에러가 나서 엉뚱한 가격에 전량 매도 처리가 되는 건 아닌지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동수익을 원했는데 오히려 내 신경을 24시간 갉아먹는 괴물이 들어온 것 같았다.
거래량 상위 종목에 들어갔다가 꼬여버린 로직
월요일 장이 열리고 프로그램이 첫 작동을 시작했을 때, 진짜 심장이 쫄깃해졌다. 거래량이 갑자기 몰리는 급등주 위주로 진입하도록 세팅을 해뒀는데, 마침 그날 거래량상위종목 중 하나에 프로그램이 덜컥 매수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차트가 완전 꺾이는 분위기인데도 프로그램은 묵묵부답이었다. 손절 라인이 설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파란 불이 커지는 액수를 보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단톡방이나 주식토론 게시판을 뒤지면서 “이거 손절 타이밍 맞나요?”라고 물어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자동으로 굴려준다더니, 결국 내 손으로 강제 청산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며 마우스를 쥐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이 프로그램을 계속 켜둬야 할지 모르겠다
첫 주가 지나고 잔고를 보니 수수료랑 서버 비용 빼고 나니 오히려 몇 만 원 마이너스였다. AI가 대단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들어가는 줄 알았더니, 결국 흔하디흔한 보조지표 몇 개 조합해서 예약 주문을 기계적으로 넣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다. 그렇다고 이미 결제한 15만 원이 아까워서 당장 지울 수도 없고, 다음 주에는 좀 나아지려나 하는 미련 때문에 오늘도 가상 서버 화면을 켜놓고 있다. 이 애매한 불안감을 안고 계속 가야 하는 건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구글애드센스승인 받으려고 블로그 글 쓸 때 느꼈던 막막함이 여기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