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그림 몇 점 걸어두면 수익이 날까 싶어 시작했던 고민
그림을 사면 주식보다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월급만 꼬박꼬박 모아서는 답이 안 나오는 것 같아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그림 재테크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거창한 투자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삼성전자 주식을 몇 주 사는 것처럼, 조금씩 떼어내서 그림 한 점씩 모으면 나중에 꽤 괜찮은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단순하고도 안일한 생각이었다. 주식 앱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파란색과 빨간색이 오가면서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차라리 집에 걸어둘 수 있는 그림은 좀 낫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갤러리 문턱은 왜 그렇게 높게만 느껴졌는지
무작정 동네 근처의 작은 갤러리에 들어가 봤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주말 오후에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너무 떨렸다. 직원분들은 친절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적당한 수준’의 그림은 이미 수백만 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300만 원 정도면 꽤 좋은 그림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인테리어 포스터가 아닌 이상 작가의 이름값이나 전시 이력을 무시할 수 없더라. 내가 너무 안일하게 접근했다는 걸 그때 실감했다.
키아프 같은 아트페어는 구경만으로도 기가 빨린다
나중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KIAF)에도 한번 가봤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입구에서 티켓을 끊고 들어가는 것부터 줄을 서야 했는데, 1인당 입장료가 3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온통 화려하고 커다란 그림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내가 투자를 목적으로 그림을 고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이미 수많은 컬렉터가 선점한 작품들 사이에서 내가 뭘 건질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냥 예쁜 포스터를 사서 집에 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다시 현실적인 적금이나 기웃거리는 신세
그림은 예뻤다. 확실히 집안 분위기를 바꿔주는 힘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걸 재테크라고 부르기에는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나중에 되팔 때의 감가상각이나 보관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이 그림이 나중에 가치가 오를지 판단할 안목이 내게 없다는 게 가장 컸다. 결국 갤러리 투어를 몇 번 해보다가 다시 조용히 은행 앱을 켰다. 금리가 조금 올랐다는 적금 상품이나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내 모습이 솔직히 좀 웃기기도 했다.
아직도 거실 한쪽이 허전해서 고민 중이다
지금도 거실 벽면을 보면 뭔가 아쉽다. 예전에 봤던 그 그림이 계속 눈에 밟히긴 하는데, 그 돈이면 차라리 안정적인 자산을 하나 더 늘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림은 그냥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 사는 거지, 재테크로 접근하면 나처럼 마음만 바빠지는 것 같다. 조만간 그냥 저렴한 아트 프린트나 하나 사서 걸어둘 생각이다. 그게 내 현재 경제 상황과 심리적 만족도 사이의 딱 중간 지점인 것 같아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 재테크가 눈에 띄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매일 보는 풍경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