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조금씩 벌어보겠다고 시작했던 일들의 끝

어느 날 갑자기 통장 잔고를 확인하다가 덜컥 겁이 났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는 왜 이렇게 꼬박꼬박 빠져나가는지,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쓰던 돈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큰돈을 굴릴 배짱도 없고, 그렇다고 남들처럼 주식 공부를 진득하게 할 성격도 못 돼서 처음에는 참 소박하게 시작했다. 집에서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한 거다. 당장 검색창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단기 알바 같은 키워드들을 넣고 뒤져보니 세상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알리바바 주가가 어쩌고, 목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같은 거창한 경제 뉴스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실 내 현실은 그런 거대 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

집에서 모니터링 알바를 시작하며 겪은 일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주부 모니터링 알바를 잠깐 해봤다. 특정 사이트의 불편한 점을 적어서 제출하면 건당 몇천 원씩 주는 방식이었는데, 처음에는 이게 꽤 쏠쏠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꼼꼼하게 화면을 캡처하고, 문장 하나하나 다듬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길게 걸렸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인 걸 깨달았을 때, 현타가 세게 왔다. 심지어 승인이 나지 않으면 아예 공치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했는데, 두 달 정도 지나니 눈이 침침해지고 허리가 아파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때 벌어들인 돈이 고작 몇만 원 남짓이었으니, 이걸 돈벌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 들었다.

보험 설계나 대행 업무의 문턱

한번은 지인이 보험 설계사 모집 공고를 보고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한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일인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걸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커졌다. 거절당하는 게 무서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끈질기게 권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랑은 너무 안 맞았다. 사실 그때 당시에는 실업급여라도 받는 게 마음 편하지, 이런 식으로 사람 관계를 깎아먹으면서 돈을 버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정중하게 거절했는데, 그 이후로 그 지인과는 연락이 조금 뜸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거절한 건 다행이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돈 앞에서 내가 너무 계산적인 건 아닐까 하는 묘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직구 대행과 현실적인 벽

해외 직구 대행도 기웃거려 봤다. 이게 꽤 괜찮다는 말을 듣고, 알리바바나 아마존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그런 시스템을 공부했다. 그런데 관세며 환율이며 계산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환율이 널뛰기할 때면 마진 계산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한두 번 재미로 물건을 대신 사다 주다가, 배송 사고가 한번 터지고 나서는 바로 손을 뗐다. 내가 꼼꼼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남의 돈을 받아서 물건을 주문한다는 책임감이 생각보다 무겁더라. 그때 들인 노력이랑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차라리 편의점 알바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충남 일자리 센터 사이트까지 뒤져가며 집 근처 단기 알바를 찾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공고가 올라오기 무섭게 마감되는 일이 허다했다.

돈을 버는 일에 대한 씁쓸한 잔상

결국 집에서 뭔가 대단한 자동 수익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세상에 노력 없이 들어오는 돈은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요즘은 그냥 몸 쓰는 일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뉴스에서 대졸자들이 배달 기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왜 저런 선택을 할까’ 싶었는데, 막상 내가 직접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들을 찾아보고 겪어보니 그 심정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이 귀해진 시대에, 어떻게든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야 하는 절박함이 다들 있는 거겠지. 지금은 그냥 가끔 들어오는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로 생활비를 메꾸는 수준인데,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미래를 대비해서 목돈을 굴리기는커녕, 당장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을 버티는 기분이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겠지 싶으면서도, 가끔은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아등바등하나 싶은 날이 있다. 오늘도 별다른 대책 없이 통장 잔고만 들여다보다 잠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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