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위탁판매 시작했다가 창고가 된 내 방
도매 사이트 가입하고 물건 올리던 첫날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다. 도매꾹 같은 사이트 들어가서 남들 다 하는 위탁판매라는 걸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재고가 없어도 된다는 말이 솔깃했다. 내 돈이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리스크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예쁜 사진 가져와서 내 쇼핑몰에 올리면 끝나는 줄 알았지. 처음엔 제품 하나 올리는 데도 30분씩 걸렸다. 상세 페이지가 너무 길어서 뭘 잘라내고 뭘 살려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다 올리고 나니 뿌듯했는데, 막상 클릭 수가 0에서 멈춰있을 때는 좀 허탈하더라.
문의 전화에 놀란 가슴
며칠 지나니까 주문이 하나 들어왔다. 첫 주문이라 손이 떨렸다. 도매 사이트에서 바로 고객 주소지로 보내는 방식이니까 나는 그냥 중간에서 전달만 하면 된다고 배웠는데, 고객님이 전화를 거셨다. ‘이거 색상이 화면이랑 좀 다른가요?’라고 묻는데, 실제로 물건을 본 적이 없으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졌다. 결국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위탁판매가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상품 하나에 대략 1만 원에서 3만 원 사이였는데, 배송비 포함해서 조금 남기려니 생각보다 마진이 박했다.
거실을 점령한 반품 물건들
문제는 반품이었다. 고객이 제품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반품을 요청했는데, 이걸 도매 사이트 측에 바로 보내라고 안내하기가 참 애매했다. 결국 우리 집으로 일단 받아서 확인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받은 반품 박스가 하나둘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내 방 한구석이 작은 창고처럼 변해버렸다. 좁은 방에 박스들이 쌓여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이걸 언제 다 처리하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주말 오후에 반품 박스 테이프 뜯고 내용물 확인하는 게 내 주된 일과가 될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부업이라고 해서 퇴근하고 한두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가 않다. 밤 11시가 넘어서도 문의 메시지에 답장하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한다는 게 생각보다 피로도가 높다. 가끔은 ‘그냥 편의점 알바라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긴 시간 딱 정해져 있고 퇴근하면 땡이니까. 여기는 내가 사장이자 고객센터 상담원이자 택배 관리자여야 하니까 끝이 없다.
아직은 잘 모르겠는 부업의 미래
지금도 매일 저녁마다 상품 리스트를 들여다본다. 어떤 게 잘 팔릴지, 어떤 게 반품이 적을지 데이터를 봐도 사실 감이 잘 안 온다. 주변에서는 다들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내 통장에 찍히는 돈을 보면 아직은 내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70대 분들도 일자리를 찾는다는 기사를 보면 나도 지금 이게 맞는 방향인지 계속 묻게 된다. 내일은 또 어떤 고객이 연락할지, 내 방 창고는 또 얼마나 차게 될지. 그냥 일단 해보고는 있는데, 이게 맞는 건지 아직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조금 더 해보다가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냥 접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