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손부업 한다고 핀셋 작업 받아왔다가 후회만 남았다

핀셋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몸은 피곤한데 마음이 붕 뜬 기분이 든다. TV를 켜놓고 의미 없이 스마트폰만 뒤적거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좀 해볼까 싶었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지다가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다는 손부업 공고를 봤다. 핸드폰 스티커를 떼어내고 규격에 맞춰 정리하는 이른바 ‘DT 핀셋 작업’이라는 거였다. 예전부터 이런 건 광고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당장 월급 외에 몇 푼이라도 손에 쥐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덜컥 연락을 해버렸다. 집 근처는 아니고 구미 쪽에 물류 창고가 있는 곳이었는데, 택배로 물건을 보내준다고 해서 그냥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

집안을 잠식한 스티커 박스

며칠 뒤 도착한 택배 박스를 열어보고 솔직히 좀 당황했다.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다. 거실 한복판에 박스를 뜯어 놓으니 방 하나가 금세 작업장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이거 며칠이면 다 하겠는데?’ 싶었는데, 막상 핀셋을 들고 스티커를 하나하나 떼어내려니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단순 노동이라 머리를 쓸 필요는 없지만, 한 번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스티커가 찢어지거나 구겨지기 일쑤였다. 대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처 지인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예전에 이런 거 해봤는데 허리 나간다고 말리더라. 그 말을 진작 들었어야 했다.

예상보다 훨씬 낮았던 시급의 현실

처음에는 시급이 어느 정도 나오겠거니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스티커 한 장당 단가가 아주 낮았는데, 이게 100개, 200개 쌓여야 겨우 커피 한 잔 값이 되었다. 처음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집중해서 작업한 양을 계산해보니 최저시급은커녕 내 노동력의 가치를 너무 낮게 책정한 것 같아 씁쓸했다. 특히 밤늦게 스탠드를 켜놓고 핀셋으로 스티커를 떼고 있자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은 현타가 세게 왔다. 낮에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 또 이런 정밀 작업을 하고 있으니 눈도 뻑뻑하고 목도 뻣뻣하게 굳었다.

과일 소싱이나 농산물 도매보다 힘든 점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게 나을까 싶어 농산물 도매나 과일 소싱 같은 것도 찾아봤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역시 이런 손끝 작업뿐이었다. 재택근무라고 하면 뭔가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고립된 노동의 연속이다. 옆에서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박스를 다 채워도 택배비 빼고 나면 남는 게 얼마나 될지 계산이 안 섰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니 하루 3시간씩 꼬박 해서 한 달을 해도 생각했던 것만큼의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시는 손대지 않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결국 일주일 정도 하다가 박스 하나만 겨우 다 채우고 나머지는 반품했다. 반품하는 과정에서도 택배비 문제로 업체와 실랑이가 좀 있었다. 광고 글처럼 ‘월 수십만 원 보장’ 같은 말은 다 허구라고 보면 된다. 그냥 퇴근하고 좀 쉬거나 운동을 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지금도 거실 구석에 남은 스티커 조각 몇 개가 보이는데, 그걸 치우면서도 그때 왜 그렇게 욕심을 냈나 싶다. 다시는 집에서 이런 단순 손부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생각이다. 정말 급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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