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물류센터에서 도시락을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밥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었다
며칠 전 군포에 있는 물류센터에 단기 알바를 다녀왔다. 급하게 돈이 좀 필요하기도 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무작정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공고를 자세히 읽다 보니 식사 제공이 없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공장이나 큰 물류센터는 구내식당이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안산 군포 쪽 물류센터들은 식당이 아예 없는 경우가 꽤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막상 출근 전날이 되니 ‘점심시간에 밥을 어디서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200미터 앞 순대국집과 도시락 사이
결국 집에서 간단히 먹을 도시락을 챙길까 하다가, 아침에 챙기는 것도 일인 것 같아서 그냥 근처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후기를 좀 검색해보니 다행히 200미터 정도 거리에 순대국집이 하나 있었다. 당일 알바 첫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배가 고파서 무작정 그 순대국집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이미 꽤 몰려 있어서 밖에서 1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시급이 얼마였더라, 1만 원 초반대였는데 순대국 한 그릇에 9천 원을 쓰고 나니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을 걸 그랬나, 아니면 그냥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올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점심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텔레그램 고액 알바 뉴스를 보며 든 생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뉴스에서 텔레그램을 통한 보복 대행 알바 사건을 봤다. 60만 원에서 80만 원을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범죄에 가담했다가 잡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참 세상이 흉흉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땀 흘리며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큰 금액을 그렇게 쉽게 미끼로 던지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누군가는 그렇게 위험한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평범하게 물류센터에서 밥 걱정하며 몸 쓰는 알바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사실 군포나 안산, 혹은 조금 더 멀리 경주나 대구 같은 곳까지 단기 알바 자리는 넘쳐난다. 공공기관 알바나 데이터 라벨링 같은 편한 일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지원하려고 보면 이미 자리가 다 차 있거나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 몸으로 때우는 일이 가장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매번 갈 때마다 점심값이며 이동 시간이며 따져보면 수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다음에 또 물류센터에 가야 한다면, 그때는 아마 집에서 보온병에 따뜻한 물이라도 담아 가고 도시락을 제대로 싸 갈 것 같다. 괜히 밖에서 사 먹는 밥값이 더 아깝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남는 건 피로와 소소한 정산
결국 단기 알바라는 게 별거 없다. 정해진 시간 동안 맡은 일을 하고, 정산받고 집에 돌아와 씻고 누우면 그만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움직였나 하는 의문은 여전히 조금 남아있다. 고액 알바를 명목으로 접근하는 사기꾼들의 뉴스를 본 탓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몸이 힘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일당을 확인하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내일은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볼까 싶다가도, 또 막상 몸 쓰는 알바 공고를 뒤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일 지급이라는 장점 하나만 보고 또 내일의 나에게 일을 맡겨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