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자동매매 설정하다가 밤을 다 새웠다

어쩌다 시작하게 된 AI 트레이딩

며칠 전부터 갑자기 주식 자동매매라는 것에 꽂혔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HTS를 켜놓고 호가창만 쳐다보는 게 지겨워진 탓이 크다. 직장인이라 회의 중에 급락이라도 나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데, 차라리 AI가 내 대신 기계적으로 움직여주면 속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트레이딩뷰에서 제공하는 스크립트들을 훑어봤다. 유명하다는 지표들을 조합해서 매수, 매도 조건을 걸어놓으면 알아서 주문이 나간다는 게 이론적으로는 너무 완벽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내가 무슨 코딩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파인 스크립트니 뭐니 하는 것들을 붙여넣기만 하는 수준이라 마음이 불안했다.

한투 HTS와 씨름하던 오후

한국투자증권 HTS를 켜놓고 자동매매 메뉴를 찾느라 한 시간을 썼다. 분명 어디 있을 텐데 싶어서 메뉴들을 하나하나 다 눌러봤다. 생각보다 인터페이스가 투박해서 놀랐다. 예전엔 그냥 내가 사고 싶을 때 사고 팔고 싶을 때 파는 게 제일 편했는데, 이제는 ‘조건식’이라는 걸 만들어야 한다. ‘종가가 2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할 때’ 같은 조건을 넣고 나니 이게 과연 맞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내가 설정한 조건이 꼬여서 뇌동매매를 반복하면 어쩌지? 생각보다 시스템을 믿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0만 원 정도만 굴려볼 생각으로 예수금을 넣었는데, 이 돈이 시스템 오류로 한 번에 다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니 괜히 시작했나 싶기도 했다.

자동화의 함정과 데이터의 괴리

블로그 자동화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워드프레스 블로그 운영할 때도 플러그인 깔아서 글 자동 발행되게 해놓고 좋아했는데, 결과는 엉망이었던 기억이 난다. AI가 알아서 해준다고 해서 지켜보면, 꼭 예상치 못한 변수에서 멈춰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뉴스 한 줄에 시장 분위기가 바뀌는데, 내 컴퓨터 앞에 깔린 알고리즘은 그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어제는 장 중에 갑자기 매수 조건이 발동됐는데, 알고 보니 내가 잘못 설정한 지표 때문에 의미 없는 거래가 몇 번 체결됐다. 수수료만 날린 셈이다. 이럴 때마다 ‘그냥 내가 직접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복리적금보다 나은 건지 의문이다

주변에서는 요즘 복리적금 이자도 나쁘지 않다는데, 왜 나는 굳이 굳이 자동매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걸까. 사실 예전에 KT 주식 배당금이나 조금씩 받아먹으면서 마음 편하게 투자할 때가 더 수익률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자동화라는 게 참 묘한 게, 시간을 아껴줄 것 같지만 오히려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만든다. 무료 재고관리 프로그램 같은 거 처음 써볼 때도 그랬다. 엑셀로 관리할 때보다 세팅하는 데 시간이 세 배는 더 걸렸던 것 같다. 결국 자동화는 ‘관리할 줄 아는 사람’에게나 축복이지, 나처럼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노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중

어쨌든 지금은 돌려놓고 있다. 수익률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라 굳이 공개할 것도 없다. 차트가 틱 단위로 움직이는 걸 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이게 정말 효율적인 투자 방식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내일은 트레이딩뷰 스크립트를 조금 더 수정해볼 생각이다. 오늘 밤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겠지 싶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다. 시스템이 알아서 돈을 벌어다 준다기보다는, 내가 직접 매매할 때 느끼는 그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여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싶다. 완벽한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일단 내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것만 확인해도 일단은 성공이라고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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