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매크로로 업무 자동화하려다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났다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거니까
회사에서 매일 반복되는 엑셀 작업이 너무 지겨웠다. 아침마다 특정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긁어와서 양식에 맞춰 옮기고, 그걸 다시 노조 가입 여부나 사번별로 필터링해서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다. 예전에 컴활 2급 딸 때 배운 함수 정도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결국 매크로에 손을 댔다. 구글링을 좀 해보니 비주얼 스튜디오까지는 아니어도 매크로 기록기만 잘 쓰면 될 것 같더라. 사실 처음에는 그게 그렇게까지 골치 아픈 일이 될 줄은 몰랐다. 그냥 버튼 하나 만들어서 ‘데이터 정리’라고 이름 붙이고 클릭만 하면 10분 걸릴 일이 1분으로 줄어들 것 같은 그런 달콤한 상상을 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 이게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셀 주소 하나만 바뀌어도 에러가 나고, SHEET2에 데이터를 넣었다가 SHEET1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서식이 다 깨져버리는 거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되는 건지, 어떨 땐 되고 어떨 땐 안 되는 건지 이해가 안 돼서 퇴근 시간도 넘기고 혼자 씨름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정 작업
매크로를 짜면서 제일 짜증 났던 건 인쇄 설정이다. 도형에 매크로를 연결해서 클릭 한 번에 인쇄 미리보기까지 뜨게 만들고 싶었는데, 이게 한 번 클릭하면 미리보기가 멈추질 않고 계속 뜨거나, 아니면 아예 반응이 없었다. 인터넷 카페에 질문도 올려봤는데, 다들 ‘매크로 수식이 꼬인 것 같다’는 뻔한 대답뿐이었다. 사실 질문한 내가 답답하긴 했지. SHEET2를 열지 않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니까 코드가 계속 길어지고, 나중에 내가 짠 코드인데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냥 수동으로 하는 게 정신건강에는 훨씬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변 동료들은 엑셀 2010 버전을 쓰는데 나만 조금 다른 환경이라 그런지, 호환성 문제까지 겹치니까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SKILLFLO 같은 툴을 써볼까 싶었지만, 회사 보안 정책상 외부 소프트웨어를 함부로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엑셀 안에서 해결하는 게 최선이었다.
사내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던 날
이게 단순히 업무 효율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뉴스에서 삼성 노사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 건들 보면서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회사 업무 중에 대량의 정보를 매크로로 긁어오는 작업을 하다 보면, 이게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시스템에 과부하를 주거나, 의도치 않게 민감한 데이터까지 건드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나도 한 번은 사번별로 데이터를 긁어오다가 노조 가입자 명단이랑 섞여서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었다. 물론 악의는 없었지만, 이걸 나중에 누군가 확인한다면 ‘자동화’라는 명목으로 데이터 무단 이용했다고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데이터 분석이나 자동화라는 게 참 편한데, 동시에 참 위험한 칼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업 환경에서 매크로를 잘못 쓰면 그게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화살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그래서 요즘은 자동화 툴을 쓰기 전에 항상 ‘이걸 이렇게까지 해서 시간을 줄일 가치가 있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38시간 교육의 현실적인 간극
예전에 대전과기대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실무 교육이나 OA 자격증 커리큘럼들을 보면 딱 38시간 정도 교육을 하더라. 데이터 분석, 함수, 매크로까지 다 떼는 시간인데, 사실 현실에서 써먹으려면 380시간은 해도 부족할 것 같다. 자격증 시험에 나오는 매크로는 아주 정형화된 것들이라 한두 번 따라 하면 되는데, 실제 업무는 그야말로 변수의 연속이다. 내가 데이터 값을 1,000건 정도 돌리다가 매크로가 뻗어버린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막막함이란. 차라리 그 시간에 수동으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PPT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자동화 기능들도 비슷하다. 화려해 보이지만, 정작 수정이 필요할 때 남이 만든 걸 고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내가 만든 매크로를 두 달 뒤에 다시 열어보니까 이게 무슨 외계어인가 싶어서 그냥 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결국 나는 매크로를 완전히 포기하진 못했다. 가끔 정말 단순 반복 작업이 닥치면 다시 그 ‘버튼’을 만들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근데 이제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정말 필요한 것만 딱 만들고, 나머지는 그냥 손으로 한다. 어떤 때는 자동화가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엑셀 매크로로 수익을 창출한다거나 대단한 업무 혁신을 이룬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다들 대단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자꾸 꼬이는 건지. 그냥 내 능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업무 환경이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그런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오늘도 엑셀 파일을 열고 데이터들을 보면서, 이걸 매크로로 돌릴지 아니면 그냥 퇴근 전에 빠르게 끝내버릴지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수동으로 입력하고 있다. 이게 제일 마음이 편하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