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고 나니 오히려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재택부업 공고의 이상한 냄새

요즘 물가가 진짜 장난이 아니다. 친구들이랑 한 달에 3만 원씩 모으던 계모임이 있는데, 최근에는 그 돈으로 분기에 한 번 보기도 벅차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월급은 쥐꼬리만한데 나가는 돈은 끝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퇴근 후나 주말에 할 수 있는 직장인 투잡을 검색해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믿을 수 있는 재택알바’나 ‘디지털노마드 부업’ 같은 걸 검색했다. 블로그나 카페에 널린 CPA 광고나 메디클릭, 쇼핑몰 부업 같은 것들을 기웃거렸는데, 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했다. 초기 비용을 내야 한다거나, SNS로 사람을 모아오면 수수료를 준다는 식의 구조가 많았다. 게다가 최근 뉴스에서 본 랜덤채팅 앱 여성 행세 알바 같은 범죄에 연루되는 일까지 있다는 걸 보니 덜컥 겁이 났다. 하루에 몇 시간 톡만 하면 몇십만 원을 준다는 솔깃한 공고들이 사실은 그런 함정이었던 셈이다.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아서 편하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접는 게 맞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주말 셔틀버스를 타고 물류센터로 가게 된 이유

안전하면서도 확실하게 내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쿠팡 물류센터 단기 알바를 선택했다. 알바몬에서 신청을 하고 주말 야간 조로 배정을 받았다. 토요일 오후, 신도림역 1번 출구 앞에 가니 이미 빨간색 셔틀버스가 서 있었고, 나와 비슷해 보이는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피곤한 얼굴로 줄을 서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덕평 쿠팡 물류센터였다.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열기와 끝없는 컨베이어 벨트 소리가 들렸다. 안전교육을 받고 대기하는 시간만 거의 40분이 걸렸는데, 그 와중에도 ‘내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현타가 밀려왔다. 그래도 일단 등록을 했으니 지정된 구역으로 가야 했다. 내가 맡은 일은 포장된 박스를 분류해서 카트에 담는 단순 반복 작업이었다.

하루 9만 원 남짓 벌면서 마주한 세금과 4대보험의 현실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하루 일당 기준으로 약 92,000원 선이었다.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이 붙어서 이 정도였는데, 막상 일하고 나니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게다가 진짜 문제는 세금과 4대보험이었다. 그냥 가끔 주말에 한두 번 나가는 거라 아무 생각 없었는데, 한 달에 8일 이상 나가거나 근로 시간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4대보험이 이중으로 가입된다는 이야기를 다른 근무자에게 들었다. 본업이 있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내가 투잡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봐 가장 가슴이 졸이는 부분이다. 세금 3.3% 원천징수만 떼는 줄 알았는데,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중복 가입 문제로 회사 인사과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리다 보니 머리가 아파왔다. 실제로 8일을 꽉 채워서 일하면 4대보험 가입이 의무가 된다는데, 푼돈 몇십만 원 더 벌려다가 본업이 위태로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덜컥 들었다.

회사 몰래 하는 일인데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보험료 개정 소식까지 귀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금융소득이나 부업으로 얻는 사적 소득 공제 한도가 연 7,200만 원 수준이어서 웬만한 직장인 부업으로는 건보료 추가 징수 걱정을 안 해도 됐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공제 한도가 1,000만 원까지 크게 낮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적금 이자나 주식 배당금에다가 주말 알바로 버는 소득까지 다 합쳐서 연 1,000만 원을 넘어가면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는 소리다. 하루에 9만 원씩 한 달에 네 번 일해 봐야 36만 원이고, 1년이면 4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쥐꼬리만 한 이자나 배당 소득이 합쳐지면 1,000만 원 문턱은 생각보다 쉽게 넘을 수도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이니 뭐니 하면서 한쪽에서는 주식 투자를 권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렇게 소액 소득에까지 세금과 건보료 칼날을 들이대니 직장인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몸은 고되고 통장은 푼돈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국 주말 이틀을 물류센터에서 보내고 나니 월요일 본업 근로 시간 내내 유령처럼 멍하니 앉아 있게 되었다. 허리와 어깨는 쑤시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뻐근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은 교통비 빼고 밥값 빼고 나면 정말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컴퓨터로 편하게 한다는 디지털노마드 부업들은 대부분 사기성이 짙거나 개인정보를 팔아야 하는 찝찝한 일들뿐이라 다시 손을 대기는 싫다. 세금 떼고 건보료 올라갈 걱정까지 해가면서 이렇게 몸을 갈아 넣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도 알바 신청 문자를 보낼지 말지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다. 남들은 직장인 투잡으로 쉽게 제2의 월급을 만든다는데, 나한테는 왜 이리 모든 과정이 삐걱거리고 피곤하기만 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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