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구석에서 콘센트 조립하며 보낸 며칠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단순 조립
며칠 전 문득 통장 잔고를 확인하다가 마음이 조급해져서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무직 알바를 바로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그냥 눈에 띄는 대로 단기 알바를 신청했다. 콘센트를 조립하는 공장이었는데, 사실 며칠만 고생하면 기름값 정도는 나오겠다 싶었다. 집 근처는 아니어서 버스를 타고 50분 정도 이동해야 했는데, 아침마다 붐비는 버스에 몸을 싣는 게 생각보다 곤욕이었다. 왕복 시간만 2시간 가까이 걸리다 보니 실제로 내가 버는 돈이 시급으로 환산하면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아침 깨닫게 된다.
단조로운 반복 작업의 늪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분들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는 일은 정말 단순했다. 겉면에 나사를 박고, 전선을 연결하고, 검수하는 과정이 전부였다. 처음 한두 시간은 잡생각을 안 해도 돼서 좋았는데, 4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손끝이 저릿하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은 분은 꽤 오랫동안 이런 식의 단기 알바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했다. 진주퀵 일을 하다가 비수기엔 이런 공장 일을 나온다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게 단순히 용돈 벌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겐 절박한 생계 수단이라는 게 와닿았다. 나는 며칠 하고 그만두면 그만이지만, 이분들은 계속해서 다음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거니까.
3.3% 떼고 나면 남는 것들
첫날 퇴근할 때 사장님이 3.3%를 떼고 입금해 줄 거라고 하셨다. 예전에 청년미래적금 관련해서 알아볼 때도 3.3% 소득 증빙 이야기가 나와서 헷갈렸는데, 막상 이렇게 매달 세금 떼고 얼마 안 되는 돈을 보고 있으니 허탈한 마음도 들었다. 이게 정규직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저 오늘 하루치의 노동을 팔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무겁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로 씻고 나면, 오늘 내가 조립한 수백 개의 콘센트가 어디로 가서 누구의 방에 꽂힐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도 잠시, 그냥 내일 또 버스를 타야 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먼저 나온다.
묘하게 남는 찜찜한 기분
솔직히 말하면 이걸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몸이 고된 것보다도, 매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내가 기계 부품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더 힘들다. 옆에서 일하는 분들은 익숙한 듯이 농담도 주고받는데, 나는 아직 그 분위기에 끼지 못하고 묵묵히 나사만 조였다. 이게 무슨 경험이 될까 싶기도 하고, 그냥 돈 몇 푼 벌자고 내 시간을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배관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싶어 검색도 해봤지만, 당장 눈앞의 알바를 그만두고 배울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냥 내일도 알람을 맞추고 자야겠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민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아니면 나만 유독 지금 하는 일들이 겉도는 느낌을 받는 걸까. 카카오택시가맹 기사나 배달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나처럼 이런 단기적인 일자리에 지친 사람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찾아 떠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섣불리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서 겁이 난다.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도 똑같은 버스를 타고 가서, 똑같은 나사를 박고, 퇴근할 때는 조금 지친 마음으로 돌아오겠지. 특별한 결론은 없다. 그냥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여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