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할 때마다 번호를 다시 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번호 하나 바꾸는 게 이렇게 귀찮을 일인가
며칠 전에 갑자기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 뭐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워낙 오래된 번호라 스팸 전화가 하루에도 열 통씩 와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신사 대리점에서 개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평소처럼 배달 앱을 켰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치킨이 당겨서 습관적으로 배달의민족 앱을 눌렀는데, 결제 화면에서 멈칫하게 됐다. 내 연락처가 여전히 예전 번호로 등록되어 있는 걸 본 순간, ‘아 맞다, 번호 바꿨지’ 싶었다. 주문할 때마다 수동으로 번호를 고치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번거롭다.
앱 설정 어딘가에 숨겨진 정보들
보통 이런 서비스들은 설정 메뉴에 들어가서 프로필 수정만 하면 싹 바뀌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배민 같은 경우엔 내 개인 정보랑 주문 정보가 미묘하게 따로 노는 느낌이다. 물론 내가 제대로 안 찾아본 걸 수도 있지만, 고객센터를 뒤져봐도 시원한 대답이 안 나온다. 어디서는 카카오톡 연동을 해지하고 다시 하라 그러고, 어디서는 주문 시에 입력하는 안심번호 옵션만 바꾸면 된다고 한다. 결국 어젯밤에도 결국 2만 원짜리 떡볶이를 시키면서 연락처 칸에 새 번호를 직접 타이핑했다. 매번 기억을 더듬어 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이 참, 뭐랄까 묘하게 촌스러운 기분이 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걸 자동화 안 해두나 싶은데, 또 생각해보면 굳이 이걸 고치려고 앱을 뜯어보거나 탈퇴했다 재가입할 엄두도 안 난다.
배달 노동자와 우리들의 묘한 거리감
문득 뉴스를 보다 보니 배달 라이더분들은 또 다른 어플로 일감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우리는 그저 ‘띵동’ 소리만 들으면 끝인데, 그분들은 그 어플 하나로 노동 환경이 좌지우지된다고 하니 내가 겪는 번호 수정 귀차니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막상 내가 이용하는 입장에선 그저 내 밥 한 끼의 편의성이 중요할 뿐이다. 사실 요즘은 어딜 가든 다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편리할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수동적이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주소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거나,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미리 적어둬야 하는 것처럼.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쌓이다 보면 결국은 주문을 포기하게 되는데, 그러면 또 냉장고에 있는 햇반을 돌려야 한다.
외식업 사장님들은 더 힘들겠지
배달 어플 관련해서 ‘외식업광장’ 같은 커뮤니티 글을 가끔 구경하곤 한다. 거긴 나 같은 소비자가 아니라 사장님들 입장에서 글이 올라오는데, 배달 수수료니 뭐니 계산기 두드리는 걸 보면 머리가 아프다. 내 연락처 하나 바꾸는 것도 이렇게 귀찮은데, 사장님들은 매일매일 올라오는 주문 알림이랑 광고 효율 확인하느라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싶다. 쿠팡이츠 광고를 할지 배민 마트를 이용할지 고민하는 글을 보면 정말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고, 그냥 이렇게 집에서 밥이나 시켜 먹는 게 제일 속 편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결국 번호를 한 번에 바꾸는 획기적인 방법은 찾지 못했다. 그냥 주문할 때마다 기억력 테스트하듯이 번호를 다시 입력하고 있다. 가끔은 주문이 잘 들어간 게 맞나 싶어서 문자가 제대로 오는지 확인까지 하는데, 이 과정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뭐 큰일도 아니고 굳이 시간을 써서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문제니까. 그냥 이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다음번에 이사를 가면서 번호를 아예 새로 등록할 기회가 생기면 그때 해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배달비가 3천 원인지 4천 원인지 확인하고 주문 버튼을 누르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