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할 수 있다는 말에 덥석 신청했던 AI 데이터 라벨링 교육

처음에는 단순히 부업이 될 줄 알았다

지인 중 한 명이 요즘 데이터 라벨링으로 쏠쏠하게 용돈을 번다는 말을 들었다. 마침 내일배움카드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교육 과정이 눈에 띄어서 별생각 없이 신청 버튼을 눌렀다. 요즘 AI니 뭐니 워낙 시끄러우니까, 이거라도 배워두면 어디에든 쓰이지 않겠나 싶었다. 집에서 편하게 노트북 하나 켜놓고 하면 된다는 설명이 솔깃하기도 했다. 에이아이웍스 같은 곳에서 하는 프로젝트들 이야기를 접하고는, 나도 그런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면 성격에 맞겠다 싶어 덜컥 시작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온라인 수업의 압박

막상 수업이 시작되니 생각보다 챙겨야 할 게 많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의였는데, 영상이 한 20분 정도 지나가면 딴짓을 하거나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다. 강사님이 ‘생성형 AI가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설명하시는데, 챗GPT를 쓸 때랑은 차원이 다른 기술적인 내용이 나왔다. 아두이노나 파이썬 기초 같은 것도 언급되는데, 문과 출신인 나에게는 갑자기 외계어처럼 들렸다. 분명 ‘초보자도 가능’하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이게 내 영역이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데이터 아키텍처 준전문가 과정까지 연결되는 로드맵을 보여줄 때는 솔직히 조금 질렸다.

반복되는 작업의 피로감과 예상치 못한 현타

수업 도중 실습으로 박스 치기나 포인트 찍기 작업을 해봤다. 이미지 속에서 사물을 찾아서 정확하게 라벨을 붙이는 건데, 이게 처음 10분은 게임 같지만 1시간이 넘어가면 눈이 정말 침침하다. 정밀한 작업이라 1픽셀이라도 어긋나면 안 된다는데, 그러다 보니 목이 거북목처럼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예전에 공무원 겸직 가능 여부를 고민하면서 부업을 찾던 분들이 많이 도전한다던데, 과연 이걸 본업 퇴근 후에 2~3시간씩 집중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 분석이나 데이터 검수까지 하려면 정신력이 꽤나 필요해 보였다.

40만 원 정도의 교육비와 남은 의문들

국비 지원으로 자부담금이 10만 원 안팎이었는지,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높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이것저것 합치면 40만 원 정도 가치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교육을 다 듣고 나면 당장 어디서 일을 따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였다. 교육생들끼리 모인 오픈채팅방을 봐도 다들 ‘그래서 이제 어디서 일을 구하나요?’라는 질문뿐이었다. 대단한 자격증을 딴다고 바로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다시 플랫폼을 찾아 헤매야 하는 구조였다.

결국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결국 강의의 절반 정도는 띄엄띄엄 듣고 끝냈다. AI 도구가 늘어나면서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거창한 강연도 들었는데, 지금 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늘 당장 1시간 집중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쳐낼 수 있느냐’였다. 이게 생각보다 더 지루하고 끈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배우는 데 그쳤다.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정리하는 노동자가 미래 직업의 대세라고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노동의 무게를 직접 겪어보고 나니 예전처럼 쉽게 생각하기가 어려워졌다. 지금은 그냥 노트북 구석에 관련 교재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만간 다시 펼쳐볼지, 아니면 그냥 이게 내 적성이 아니었다고 정리하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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