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집에서 몇만 원 벌어보려다 블로그만 망가졌다

퇴근 후 노트북을 열고 블로그 원고 작성 알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

요즘 물가도 너무 오르고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몸으로 느껴져서 퇴근 후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배달 대행 같은 걸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밤에 또 밖으로 나가 몸을 쓰는 건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금방 지칠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집부업이나 퇴근후알바 같은 검색어들을 쳐보며 방구석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블로그에 글을 대신 써주고 건당 7천 원에서 8천 원 선의 원고료를 받는 재택알바를 알게 되었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 없어도 업체에서 사진이랑 가이드라인을 다 제공해 준다고 하니, 키보드만 두드릴 줄 알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집 거실 식탁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하루에 딱 2시간씩만 투자해서 한 달에 삼사십만 원이라도 보태 쓰자는 계산이 서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하겠다고 신청했다.

원고 대행업체에서 보내주는 가이드라인과 누락의 공포

처음 며칠 동안은 업체에서 전달해 주는 사진과 메모장 파일을 받아서 내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만큼 편한 일이 전혀 아니었다. 업체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이 너무 까다롭고 자질구레했다. 특정 단어를 본문에 최소 5번 이상 넣어야 하고, 문장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키워드를 섞어야 했으며, 사진 파일명도 매번 다르게 변경해서 올려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골치 아팠던 건 내가 올린 글이 검색 결과에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글을 올리고 한 시간 쯤 뒤에 제목을 그대로 복사해서 검색창에 쳐보는데, 어떤 날은 아무리 페이지를 뒤로 넘겨도 내 글이 보이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검색 누락이었다. 업체 담당자는 글을 수정하라고 계속 재촉했고, 나는 퇴근 후의 소중한 휴식 시간을 다 반납해가며 노트북 앞에서 끙끙 앓아야 했다. 건당 겨우 몇 천 원 벌겠다고 눈알이 침침해질 때까지 모니터를 쳐다보는 내 모습이 문득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알바몬 채용 공고를 보다가 마주한 수상한 문자 메시지들

일이 너무 지루하고 손목만 아파서 다른 집부업 자리가 없을까 하고 알바몬에 이력서를 등록해 두었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조그만 소일거리가 있을까 싶어 설정해 두었는데, 그 뒤로 이상한 문자 메시지들이 오기 시작했다. 주말에 이천역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히 만나 서류 작업만 도와주면 일당 15만 원을 준다는 제안부터 시작해서, 모바일 티켓팅을 대신 예매해 주는 단순한 역할인데 선입금이 필요하다는 둥 전형적인 사기 냄새가 나는 연락들이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재택근무 사기가 나한테도 실제로 올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솔깃해서 대답을 보낼 뻔했으나, 조금만 검색해 봐도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대포폰 명의를 요구하는 범죄에 연루되기 십상이라는 후기들을 보고 소름이 돋아 즉시 수신 차단을 눌렀다. 제대로 된 부업을 찾는 게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고 사방에 함정이 깔려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손목 터널 증후군과 저품질 블로그라는 애매한 결과물

결국 원래 하던 원고 작성 알바를 3주 정도 꾸준히 이어갔는데,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종일 마우스를 잡고 일하는데 집에 와서도 불편한 식탁 의자에 앉아 타이핑을 해대니 오른쪽 손목이 시큰거리고 찌릿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 개인 블로그에 터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일상적으로 올리던 일기 글이나 맛집 후기들까지 전부 검색 결과 노출에서 제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검색창에 검색을 해도 아예 노출이 되지 않는, 이른바 블로그 저품질 상태에 빠진 것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상업성 광고 원고를 반복해서 올리면 포털 사이트 필터링에 걸려 블로그가 망가진다고 하더라. 이걸 다시 살려보겠다고 블로그저품질탈출 방법을 검색해가며 기존 글들을 지우고 다른 일상 글을 열심히 써봤지만, 한 번 죽은 블로그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몇 십만 원 벌어보려다가 몇 년 동안 추억을 기록해 오던 소중한 소통 창구만 잃어버린 셈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배달 알바와 비교해보며 들었던 회의감

비슷한 시기에 직장인투잡으로 쿠팡이츠 도보 배달을 시작한 동료가 있었다. 그 친구는 퇴근하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듯이 돌면서 하루에 서너 건씩 배달을 하고 바로바로 정산을 받는다고 했다. 특별히 눈치 볼 사람도 없고 복잡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어서 속이 편하다고 하더라.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방구석에 앉아 키보드 두드리며 머리 싸매고 있던 내 모습이 참 비효율적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글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한 시간 반 동안 검수를 거치고 누락 여부를 감시당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차라리 밖에서 바람 쐬며 정직하게 몸을 움직이는 게 정신 건강에는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 지난주를 끝으로 그동안 하던 원고 작성 부업을 완전히 그만두었다. 정산받은 돈은 겨우 12만 원 남짓이었고, 내 손목 통증과 망가진 블로그는 그대로 남았다. 세상에 쉽게 돈 버는 방법은 없다는 뻔한 말을 굳이 몸소 겪어가며 배운 느낌이라 씁쓸함이 오래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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