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한글 파일만 입력하면 돈을 준다는 말에 혹했다가

처음에는 정말 단순한 타이핑 알바인 줄 알았다

한참 재택근무 알바를 찾다가 우연히 본 공고가 있었다. 집에서 편하게 한글 파일 편집이나 단순 타이핑만 하면 월 얼마를 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같이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뻔한 문구였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그게 현실적으로 보였는지 모르겠다. 연락을 해보니 무슨 대단한 사업을 제안하는 것처럼 굴더라. 사무실로 직접 오라고 해서 강남역 근처의 한 건물로 찾아갔는데, 좁은 회의실에서 갑자기 교육비 명목으로 80만 원인가 100만 원 가까운 돈을 요구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무슨 타이핑 부업인가 싶어서 얼버무리고 나왔는데, 그때 그 사람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지금 시작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라는 식의 뻔한 압박. 참, 세상엔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걸 몸소 체험한 날이었다.

뷰업 같은 앱테크도 손을 대봤는데

직접적인 사기형 부업에 당하고 나서는 조금 더 안전해 보이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시작한 게 ‘뷰업’ 같은 SNS 기반의 플랫폼이었다.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를 연동해두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우를 하면 몇 원씩 쌓이는 구조다. 처음엔 신기해서 출퇴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틈틈이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 10원, 20원 모아서 한 달에 3~4만 원 벌자고 계속 핸드폰 붙잡고 있는 게 맞나 싶은 현타가 자꾸 온다. 얼마 전에 적립 가능 수량이 갑자기 바뀌어서 안 그래도 적은 수익이 더 줄어든 기분인데,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가끔 커피값이라도 나오니까 관성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게 뭐라고 나도 모르게 매일 접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코딩이나 원고 작성은 또 다른 세계더라

단순 타이핑이나 앱테크 말고 좀 더 생산적인 부업은 없을까 싶어 기웃거려 본 분야가 원고 작성 대행이나 간단한 개발 작업이다. 한때는 블로그 원고 작성 알바도 해봤는데, 이게 의외로 골치 아프다.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곳이 많아서 다 써놓고 나면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 ‘영어 이름’을 세련되게 바꿔달라거나, 말투를 수정해달라는 식의 피드백이 오면 그냥 몇천 원 받고 하는 일치고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아예 코딩 쪽은 어떨까 싶어 ‘아스트로 방식’ 같은 걸 찾아보기도 했다. 책 몇 권을 읽으면서 독학해보려니 이게 또 업무 수준이 아니라 아예 공부가 되어버리더라. 부업을 하려다 본업보다 더 머리를 쓰는 상황이 온 거다.

결국 수익은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기분

부업이라는 게 참 애매하다. 주변에 보면 태양광 사업을 작게 해서 몇십만 원씩 버는 사람도 있고, 로펌에서 AI 관련 일을 하면서 코딩 부업으로 추가 수익을 내는 괴물 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 끝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런 정보에 귀가 팔랑거린다. 나는 아직도 재택 알바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시간당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익을 위해 내 소중한 저녁 시간을 쓰고 있다. 전세권 설정이니 뭐니 복잡한 경제 뉴스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닌데, 정작 내 가계부는 왜 이렇게 매달 빠듯한지 모르겠다. 오늘 밤에도 핸드폰을 켜서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나를 보며, 정말 이런 방식이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다 부질없는 짓인지 결론이 나질 않는다. 그냥 이번 달도 커피값이나 벌자는 마음으로 하는 거겠지.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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