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좀 벌어보려다가 등골이 서늘해졌던 날
시작은 아주 가벼운 마음이었다
작년 봄쯤이었나,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집안일 적당히 끝내고 오후에 한 두 시간 정도 비는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뭐라도 좀 해볼까 싶어서 인터넷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무슨 마케팅 회사라고 했고, 업무 내용은 생각보다 정말 단순했다. 그냥 쇼핑몰 상품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담아주기만 하면 수수료를 준다는 거였다. 하루에 몇 건만 하면 치킨 한 마리 값은 거뜬히 나온다길래, 이게 웬 떡인가 싶어서 냉큼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로 3만 원 정도가 통장으로 입금되더라. 그게 사람을 참 묘하게 만든다. ‘어, 진짜 주네?’ 싶으니까 더 큰 금액으로 유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의 순간들
문제는 한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업무 방식을 바꾸겠다면서 무슨 구매 대행 어쩌고 하더니, 내가 먼저 내 돈으로 결제를 하고 나중에 물건값에 수수료까지 얹어서 돌려받는 방식으로 변경하라는 거다.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이미 앞에서 몇 번 돈을 받아봐서 그런지 왠지 모를 신뢰가 생겨버린 상태였다. 10만 원을 입금하고 10만 5천 원을 돌려받고, 그다음엔 5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사이트 시스템 점검 중이라며 출금이 안 된다고 하질 않나, 자기네는 정식 근로계약서도 쓰는 안전한 업체라며 법인 통장 운운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허술했다. 그때 내 통장으로 들어온 돈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피해금일 수도 있었다는 걸 상상조차 못 했다.
무서운 건 돈보다 다른 것이었다
결국 몇십만 원 정도 날리는 선에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뗐다. 그런데 그 뒤로 며칠 동안은 밤에 잠이 잘 안 왔다. 내가 했던 행동들이 혹시라도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에 연루된 건 아닐까, 내 이름으로 된 계좌가 정지당하면 어떡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실제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단순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받았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다행히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는 무슨 ‘재택 부업’이라는 글자만 봐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엔 뜨개 공방 차려볼까, 소품샵 창업은 어떨까 즐거운 상상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뭔가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무서워졌다.
지금은 그냥 조용히 살고 있다
요즘은 그냥 블로그에 소소하게 글이나 쓰고 있다. 돈은 거의 안 되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가끔 예전에 했던 그 사기 사이트 생각이 나면 괜히 내 휴대폰 번호가 어디로 흘러갔을지 찜찜하다. 요즘은 이런 광고들이 워낙 교묘해서 유튜브 보다가도 관련 영상 나오면 바로 채널 차단부터 누른다. 돈 몇 푼 벌어보겠다고 시간 낭비하고 마음 졸였던 걸 생각하면 참 씁쓸하다. 사실 2026년 들어서 경제 사정이 더 안 좋아지니 이런 류의 부업 사기가 더 판을 치는 것 같다. 무언가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배웠다고 해야 할까. 예전엔 재테크 포트폴리오 같은 거 짜면서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그냥 비과세 저축이나 조금씩 넣으면서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한테 또 그런 거 해보라고 권유하면 아마 바로 차단 박을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복잡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