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돈 벌어보려다 통신판매업 신고만 하고 멈춘 이야기
재택 부업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요즘 다들 N잡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많아서인지, 정말 평범한 회사원인 나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은 있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고 미래는 불안하고. 그러다 문득 일본 직구 열풍이 생각났다. 주변에 보니까 큐텐재팬 같은 곳에 입점해서 물건 파는 사람들이 꽤 있길래, 나도 한번 해볼까 싶었다. 솔직히 거창한 사업은 아니고 그냥 부업 정도로 시작해서 한 달에 30만 원 정도만 더 벌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이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서류 떼고 구청 갔다가 진이 다 빠졌던 날
일단 온라인으로 뭘 팔려면 통신판매업 신고가 필수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엔 집 근처 대전의 한 구청에 직접 찾아갔다.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다던데 괜히 헷갈릴까 봐 직접 가서 처리하려던 게 화근이었다. 민원실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서류 한 장 작성하는 데도 땀이 뻘뻘 났다. 임대차 계약서며 사업자 등록증이며 챙길 게 많았는데, 생각보다 서류가 복잡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다. 수수료로 몇 만 원 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금액은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날 오후 반차까지 내고 다녀왔는데, 정작 신고는 금방 끝나고 나니까 ‘내가 지금 뭘 하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는 허탈함이 몰려왔다.
막상 물건을 올리려니 벽에 부딪혔다
통신판매업 신고까지 마쳤으니 이제 다 된 줄 알았다. 일본 물건을 가져와서 팔려면 어디서 어떻게 사입해야 하는지도 문제였다. 지인 말로는 도매 사이트가 있다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단가가 생각보다 안 맞았다. 거기다 배송 대행지를 껴야 하는지, 아니면 직배송을 해야 하는지 따져보는 것도 일이었다. 샘플을 하나 받아보려고 했는데 배송비만 2만 원이 넘게 깨지니까 그제야 현실적인 감각이 돌아왔다. ‘하루 30분 투자로 고액 수익’ 같은 문구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실제로는 상품 상세 페이지 만들고, 번역기 돌려서 설명 수정하고, 고객 문의 대비하는 것만 해도 퇴근 후에 쉬지도 못할 것 같았다.
광고 문자의 유혹과 씁쓸한 현실
가끔 휴대폰으로 ‘누구나 쉽게 가능한 재택알바’라는 문자가 온다. 예전엔 그냥 무시했는데, 내가 직접 창업을 시도해보니 이게 왜 위험한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정말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부업은 세상에 없다는 게 결론이다. 보이스피싱 관련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차라리 이렇게 머리 아프게 끙끙대느니 본업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다른 기술을 배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결국 서랍 속에 통신판매업 신고증만 넣어두고 있는데, 이걸 볼 때마다 왠지 모를 부채감 같은 게 느껴진다.
일단 멈춘 지금, 조금은 복잡한 마음
솔직히 말하면 사업을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겁부터 먹은 것 같다. 물건을 하나 팔아보고 싶었는데, 정산 구조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재고 관리까지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났다. 누군가는 이걸로 수천만 원을 벌었다고도 하지만, 당장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은 없고 오히려 행정 처리하느라 시간만 버린 기분이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다시 한번 제대로 알아볼까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냥 지금처럼 월급이나 아껴 쓰며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애매한 중간 상태가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