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심심해서 시작했던 배달대행 알바가 생각보다 정신없었던 이유
일단 뛰어들었던 배달대행의 세계
그냥 집에만 있기는 좀 그렇고, 이번 달에는 통장 잔고도 왠지 모르게 빨리 마르는 것 같아서 덜컥 시작했다. 주변에서 대학생들이 단기 알바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배달대행으로 좀 쏠쏠하게 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화근이었다. 사실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냥 딱 주말에만 3~4시간 정도 움직이면서 기름값이나 벌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등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배달 어플 파트너로 가입하고 안전 교육 영상 몇 개 보고 나니까 바로 배정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플에서 ‘딩동’ 소리가 날 때마다 괜히 설레기도 하고, 나도 이제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구나 싶어서 나름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빡빡했던 현장의 온도
그런데 이게 막상 해보니까 생각했던 거랑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주말에 나가니 몸이 적응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이 바닥이 원래 이렇게 치열한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남양주 어디쯤에서 시작했는데, 점심 피크 시간대는 거의 전쟁이다. 가게 문 열고 들어가면 주인분들이 이미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서 계시는데, 거기서 ‘어디 가세요?’ 하고 묻는 그 짧은 순간마저도 왜 그렇게 눈치가 보이던지. 특히 날씨가 조금만 덥거나 비가 오려고 하면 배달료가 붙어서 콜이 쏟아지는데, 그럴 땐 오히려 더 정신이 없어서 길을 잘못 들거나 주소를 착각해서 진땀을 빼기 일쑤였다. 한 번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동을 못 찾아서 10분을 헤맸는데, 그럴 때마다 고객님께 전화 드리기도 죄송해서 그냥 혼자 식은땀만 흘렸다.
다회용기 사용과 배달의 현실
최근에는 한강공원 근처에서 배달을 좀 받았는데, 서울시에서 하는 에코 마일리지 캠페인 때문인지 다회용기 배달 건이 종종 보였다. 이게 참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느낌이다. 배달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서 전달하고 나중에 영수증이랑 인증 사진을 찍어야 마일리지를 준다는데, 막상 배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추가적인 수고가 꽤 된다. 용기를 회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달 과정에서 괜히 더 신경 써야 하고 왠지 모르게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기분이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면 당연히 좋은 일이겠지만, 시간 단위로 돈을 벌어야 하는 알바생 입장에서는 배달지에서 조금이라도 지체되는 시간이 마음 졸여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돗자리 펴고 많이들 시켜 먹던데, 다들 즐거워 보이는데 나만 혼자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아 괜히 쓸쓸한 마음도 들고 그랬다.
법원 서류와 뜻밖의 배달 경계선
배달 관련해서 검색하다 보니까 배상명령 신청 같은 이야기도 우연히 보게 됐다. 대한민국 법원 사이트에서 ‘나의 사건 검색’을 할 때 배달 완료라는 문구가 뜨면 서류가 정상적으로 전달된 거라던데, 내가 하는 음식 배달이랑은 전혀 다른 차원의 ‘배달’이지만 괜히 그 단어만 봐도 직업병처럼 마음이 철렁했다. 혹시 내가 배달하다가 실수해서 어딘가로 서류나 물건이 잘못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든 거다. 사실 배달 대행이라는 게 단순히 음식을 가져다주는 걸 넘어서, 누군가의 급한 물건이나 필요한 서류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가 생기니 가끔은 이게 단순히 알바 수준을 넘어선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지금도 주말마다 나가긴 하는데, 이게 정말 잘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다. 한 번 나갈 때마다 한 3~5만 원 정도 손에 쥐는데, 이게 내 시간과 체력을 쏟은 거에 비하면 적당한 건지 아닌지 가끔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된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집에서 쉴걸’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다가도, 어플에서 또 ‘딩동’ 하고 콜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다시 오토바이 키를 챙기게 된다. 땀 흘리고 들어와서 차가운 물 한 잔 마실 때 느껴지는 그 허무함과 뿌듯함 사이의 미묘한 감정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 아마 다음 주말에도 별다른 일이 없으면 또다시 습관처럼 어플을 켜고 있겠지. 이게 돈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기 싫은 성격 때문인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