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경고등 켜졌을 때 챗GPT한테 물어보고 카센터 간 후기
갑자기 들어온 노란색 경고등
며칠 전 퇴근길에 갑자기 계기판에 노란색 엔진 경고등이 떴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차는 2018년식 아반떼인데, 평소 소모품은 제때 갈아준다고 생각했기에 더 의아했다. 주행 중에 차가 덜컹거린다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엔진 모양 불이 들어와 있으니 마음이 불안해서 가속 페달을 밟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나니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당장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카센터는 다 문을 닫았고 내일 오전에 바로 정비소에 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급한 마음에 일단 구글링을 하다가 챗GPT를 켜게 됐다.
챗GPT가 알려준 시나리오들
무료 버전 챗GPT에 지금 상황을 대충 적었다. “엔진경고등이 떴는데 차는 잘 나감, 무슨 문제일까?”라고 아주 단순하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챗GPT가 나열해 준 답변은 꽤 길었다. 연료 캡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 가능성부터 산소 센서 이상, 점화 플러그 문제 같은 기술적인 내용들까지 쭉 나열해 줬다. 처음에는 이걸 보고 ‘오, 진짜 전문가 같네’라며 감탄했다. 특히 연료 캡을 다시 한번 꽉 조여보라는 말에 나가서 확인까지 했다. 물론 캡은 정상적으로 잘 닫혀 있었다. 챗GPT는 이 외에도 대략적인 수리비 범위가 센서류라면 10만 원에서 20만 원 내외일 수 있고, 더 큰 문제면 50만 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답변들을 보면서 ‘아, 내일 카센터 가면 대충 호구 잡히진 않겠구나’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생각보다 허무했던 카센터 방문
다음 날 아침 8시 반,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카센터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사장님께 엔진경고등을 보여드리니 대뜸 “스캐너 좀 물려봅시다”라고 하셨다. 내가 어제 챗GPT가 말해준 산소 센서 문제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사장님은 웃으시면서 “그건 컴퓨터가 찍어봐야 아는 거지, 말로 해서는 몰라요”라고 하셨다. 스캐너를 꽂고 5분 정도 지났을까, 결과는 생각보다 싱거웠다. 그냥 일시적인 센서 오류였고, 스캐너로 데이터를 초기화하니 경고등이 바로 사라졌다. 수리비는 2만 원인가 3만 원 정도 나왔다. 내가 어제 밤에 챗GPT와 씨름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던 수많은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다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챗GPT의 정보와 현실의 간극
결과적으로는 차에 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챗GPT가 알려준 정보들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 정보들은 다 인터넷에 떠도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비전문가가 AI가 내놓은 정보를 읽으면, 그걸 실제 상황과 1:1로 매칭하려고 애쓰게 된다. 예를 들어 산소 센서 문제를 언급했을 때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 부품을 갈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결국 실제 카센터라는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정보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챗GPT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었던 건 좋았지만, 동시에 ‘이걸 다 믿고 있으면 더 불안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점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다음에 또 다른 경고등이 뜨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된다. 아마 또 챗GPT에게 물어보긴 할 것 같다. 하지만 다음에는 어제처럼 진지하게 분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이런 경우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훑고 바로 정비소에 가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AI가 주는 정보는 상황을 예측하게 해주지만, 결국 현장에서 만나는 정비사님의 경험치와 스캐너가 훨씬 정확하니까. 오라클 클라우드 같은 곳에서 돌리는 거대한 모델도 결국 현장의 사소한 센서 오류 하나를 잡기 위해선 그저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걸 실감했다.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무사히 출근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다음번엔 엔진오일 갈 때 미리미리 점검이나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