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카페 기계를 덜컥 사버리고 나서 겪은 일들

덜컥 계약해버린 무인 카페 머신

한참 N잡러가 유행이라길래 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직장 다니면서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주말이나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무인 카페 기계를 덜컥 계약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었고, 동네 상가 한구석에 자리가 났길래 덜컥 인수를 결정했던 게 화근이었다. 기계 값만 2천만 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이게 매달 나가는 고정비랑 합쳐지니 생각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 처음에는 그냥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나오고,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하고 나가니까 세상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정말 큰 착각이었다.

24시간 돌아가는 기계의 배신

무인이라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하루에 한 번씩은 무조건 매장에 들러야 했다. 원두가 떨어지면 채워야 하고, 우유랑 시럽도 체크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얼음 기계가 자주 고장을 일으켜서 새벽에 알람이 울리면 자다가도 뛰쳐나가야 했다. 어떤 날은 밤 11시가 넘어서 기계가 멈췄다는 연락을 받고 택시를 타고 달려간 적도 있다. 내가 무인 기계를 산 건지, 기계가 나를 부리는 건지 헷갈리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주말에 쉬고 싶어도 매출 확인하느라 앱을 수십 번은 들여다본 것 같다. 유럽 증시가 요동칠 때 내 기계 매출도 같이 널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오는 공간에는 늘 변수가 생긴다

무인 카페라고 해서 사람이 아예 안 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CCTV를 보고 있으면 별의별 사람들이 다 보인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서너 시간을 죽치고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외부 음식을 가져와서 먹고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간다. 청소하러 갈 때마다 봉투 하나 가득 쓰레기를 치우는데, 이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 싶더라. 가끔은 중고등학생들이 몰려와서 소란을 피우고 가면 뒷수습하느라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집에서 나가는 시간을 정해두고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던 때보다 마음이 더 불편할 때가 많다. 차라리 사무보조 알바라도 해서 깔끔하게 시간 맞춰 퇴근하는 게 나았을까 하는 후회가 가끔 머릿속을 스친다.

돈을 벌기 위해 몸을 쓰는 것의 무게

최근에 TV에서 돈을 벌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강요받는 사람들의 사연을 봤는데, 기계 관리하며 땀 흘리는 내 처지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단순히 돈을 쫓다가 정작 내 생활이나 수면 시간을 다 뺏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수면 경제라는 말이 있던데, 난 오히려 반대로 수면을 포기해가면서 기계에 내 시간을 다 쏟아붓고 있다. 초기 비용 2천만 원을 뽑으려면 최소 2년은 이렇게 매달려야 하는데, 과연 그때까지 기계가 버텨줄지도 의문이다. 시니어 창업이나 주부 아르바이트로 무인 기계를 많이 한다고는 하던데, 생각보다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

앞으로의 막막함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일찍 정리하고 손실을 보는 게 나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 내렸다. 손해보험 설계사 친구는 나중에라도 잘 될 거라고 위로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커피 찌꺼기 냄새 맡으며 바닥을 닦고 있으면 그런 말들이 하나도 안 들린다. 어제는 기계에서 얼음이 안 나와서 또 애를 먹었다. 수리 기사 부를 비용이 아까워서 유튜브 보면서 끙끙대다가 결국 두 시간 만에 해결했는데, 그 시간 동안 나는 돈을 번 게 아니라 내 귀한 시간을 공중에 날린 것만 같았다. 당분간은 그냥 이 상태로 굴려보겠지만, 다음 달 정산표를 보고 나면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매일같이 기계 앞에 서서 이게 맞는 건지 의문만 더해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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