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엑셀 자동화 하겠다고 설치다가 퇴근만 늦어짐

회사에서 요즘 하도 디지털 전환이니 DX니 말이 많아서, 나도 뭐라도 좀 해봐야겠다고 설친 게 화근이었다. 원래는 3D 도면이랑 배관 설계 쪽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 이게 매번 수작업으로 스크래핑해서 정리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간다. 거의 반나절을 이 짓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옆 팀에서 파이썬 좀 다루는 친구가 자동화하면 금방이라고 하길래 호기롭게 덤벼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거창하게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데이터 시각화까지는 자동으로 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파이썬 스크래핑 시도하다 겪은 헛발질

일단 구글링해서 오픈 소스 코드를 몇 개 긁어왔는데, 웬걸, 우리 회사 보안망이랑 호환이 하나도 안 된다. 프록시 설정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내가 하려던 건 간단한 엑셀 데이터 취합인데 왜 이런 복잡한 라이브러리들까지 깔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기 시작했다. 숭실대 연구 논문 같은 데서 본 메타버스 조직 지원 이런 거창한 이야기는 둘째치고, 내 당장 눈앞의 배관 설계 도면 수치나 제대로 끌어오면 좋겠는데 말이다. 그 친구는 금방 한다고 했는데, 내 컴퓨터 환경은 왜 이렇게 삐걱거리는지 모르겠다.

3D 도면 데이터와 씨름하는 저녁 시간

결국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코드랑 씨름을 했다. 3D 도면 데이터를 불러오는 과정에서 토폴로지 설정이 자꾸 어긋나는데, 어디서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 3시간 정도 붙잡고 있었나. 나중에는 내가 처음에 왜 이걸 시작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지더라. 그냥 손으로 하는 게 훨씬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회사 탕비실에서 커피 한 잔 뽑아 마시고 돌아오니 다시 머리가 멍해졌다. 뭔가 대단한 디지털 혁신을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내 컴퓨터 안에서 혼자 끙끙대는 꼴이라니 좀 허탈했다.

예상치 못한 보안 에러와 꼬인 일정

오후 4시쯤 되니까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이때쯤이면 보고서 초안을 다 잡아놔야 하는데, 자동화 툴 붙잡고 있으니 진도가 하나도 안 나갔다. 갑자기 배관 설계 수치들이 엑셀에서 다 깨져서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건 도저히 답이 안 보였다. 차라리 교육 프로그램에서 시키는 거나 할 걸 그랬나 싶었다. L그룹 계열사 다니는 친구가 말했던 그런 체계적인 교육이랑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지금 내 상황은 그냥 혼자서 돌벽을 깨부수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수작업으로 돌아온 결과

퇴근 시간 30분 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코드를 다 지웠다. 그냥 엑셀 복사 붙여넣기로 마무리했다. 물론 2시간 정도 야근은 피할 수 없었다. 기계 설계 업무라는 게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내 능력이 부족한 건지 잘 모르겠다. 디지털 트윈이고 뭐고 일단 당장 내일 아침 보고서가 우선이니까. 옆에서 보던 선배가 ‘그거 자동화한다고 시간 다 썼냐’고 툭 던지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웃고 말았다. 다음에는 또 이런 생각이 들면 그냥 안 할 것 같기도 하고, 또 시간 남으면 괜히 기웃거릴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정말.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