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노트북 하나로 돈을 벌어보겠다며 보냈던 몇 달의 시간
40대가 되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던 이유
나이가 마흔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부쩍 자주 느끼게 된다. 젊을 때는 며칠 밤을 새우거나 서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하루 이틀 쉬면 금방 회복되었는데, 이제는 조금만 무리를 해도 허리며 무릎이 삐걱거린다. 마트 캐셔나 식당 일 같은 서서 움직이는 일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겁이 났다. 그렇다고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집 식탁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켜고 ‘40대여자직업’이나 ‘집에서할수있는부업’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보는 것이 어느새 매일 밤의 일과가 되었다. 검색창에는 디지털노마드니 자동수익이니 하는 화려한 말들이 쏟아졌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노트북으로 돈을 번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가득했다. 나도 그들처럼 집에서 편하게 일하며 적당한 용돈이라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잠시 빠졌던 것 같다.
자격증을 따면 정말 취업이 되는지 고민하며 찾아본 교육원들
처음에는 그래도 전문성을 조금이라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자격증 쪽을 알아봤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자격증추천’ 글들을 훑어보다 보니 민간 자격증을 온라인으로 무료 수강할 수 있게 해준다는 교육원들이 꽤 많이 보였다. 그중에서 한국진흥교육원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개설된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방과후 지도사나 아동 심리상담사 같은 과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의 수강료 자체는 무료라고 해서 솔깃했는데, 회원가입을 하고 상세 내용을 알아보니 강의를 다 듣고 나서 진짜 자격증 종이를 발급받으려면 발급 비용으로 약 80,000원 정도를 내야 했다. 문득 이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과연 나 같은 사람을 고용해 줄 곳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구직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봐도 이런 자격증 하나만으로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는 찾기 어려웠다. 차라리 경쟁률은 좀 세더라도 근처 관공서에서 모집하는 행정 보조 기간제 일자리에 지원하는 편이 시간당 페이도 확실하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교육원 결제는 포기했다.
해외 프리랜서 플랫폼에 가입하고 첫 서비스를 등록하던 날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인터넷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할 수 있다는 Fiverr라는 해외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블로그 글들을 보니 영어 단어 몇 개만 알면 번역기를 돌려가며 전 세계 주문을 받아 쏠쏠하게 용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예전에 취미로 조금 배워두었던 포토샵 기술을 활용해서 사진 배경을 지워주는 작업이나 한글 문서 타이핑 대행 서비스를 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가입을 하려고 보니 사이트의 모든 메뉴와 안내 사항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 첫 단계부터 머리가 아팠다. 내 프로필을 작성하고 내가 제공할 서비스의 단가와 설명을 적어 올리는 데만 번역기를 붙잡고 사흘 밤낮을 씨름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를 최소 단가인 5달러로 책정해서 내 상점을 열었다. 우리 돈으로 6,000원이 조금 넘는 돈인데, 이거라도 하나씩 들어오면 쏠쏠하겠다는 생각에 은근히 설레기도 했다.
자동수익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던 자잘한 노동들
서비스를 등록만 해두면 알아서 주문이 들어오고 돈이 벌리는 줄 알았는데, 그건 현실을 모르는 내 착각이었다. 등록하고 일주일 동안은 조용하다가 어느 날 새벽에 스마트폰 알림이 크게 울렸다. 첫 문의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에 가슴이 두근거려 잠에서 깼다. 서둘러 확인해 보니 자기네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면 더 높은 금액의 일감을 주겠다는 사기꾼들의 스캠 메시지였다. 허무함에 다시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다. 그 이후에 들어온 진짜 첫 고객의 주문은 요구 사항이 몹시 복잡했다. 5달러짜리 서비스를 구매해 놓고는 원본 이미지 수십 장의 미세한 배경을 단 12시간 안에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거절하면 내 판매자 평점이 깎일까 봐 겁이 나서 밤을 꼬박 새우며 마우스 클릭질을 해댔다. 아침이 되어 손목이 시큰거릴 때쯤 작업을 넘겨주고 손에 쥔 돈은 수수료를 떼고 남은 4달러뿐이었다. 이건 자동수익도 아니고 그저 시급도 안 나오는 수동 노가다에 불과했다.
결국에는 아무것도 뚜렷하게 해결되지 않은 지금의 상태
몇 차례 그런 식의 피곤한 주문들을 억지로 처리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완전히 소모되는 기분이었다. 가끔 들어오는 몇 달러를 벌겠다고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메일함을 새로고침하는 내 모습이 점점 한심하게 느껴졌다. 시차 때문에 밤늦은 시간에 날아오는 외국인들의 문의 메시지에 신경이 곤두서서 불면증까지 올 지경이었다. 현재 내 Fiverr 계정은 로그인을 안 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보낸 시간과 받은 스트레스를 따져보면 차라리 집 근처 마트의 파트타임 알바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 훨씬 덜 골치 아팠을 것 같다. 집에서 노트북 하나로 돈을 벌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이렇게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식탁 구석에는 여전히 전선이 엉킨 노트북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나는 오늘도 스마트폰으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지 포털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