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어보려다 서류만 들고 돌아온 날
무인 매장 창업을 가볍게 생각했던 이유
한동안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지쳐서 퇴근길에 텅 빈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 들를 때마다 ‘이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알바생 쓸 필요도 없고, 그냥 24시간 내내 문만 열어두면 손님이 알아서 물건 집어 가고 돈 내고 가는 시스템이니까. 특히 요즘은 무인 애견용품점이나 계란 자판기 같은 것도 심심찮게 보여서 접근하기 쉬워 보였다. 사실 초기 자본만 조금 들여서 인테리어 하고 냉동고만 채워 넣으면 그 뒤로는 딱히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퇴근하고 잠깐 들러서 재고만 확인하면 되는, 이른바 ‘자동 수익’의 끝판왕인 줄로만 알았던 거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공실 상가 자리를 알아보고 다녔다.
로봇 커피머신과 무인 상점의 환상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편의점 운영을 대신한다는 기사도 봤다. 홍콩 어디인가에서는 로봇 점원이 매장을 지키고 있어서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린다더라. 그런 첨단 시스템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나 무인 강아지용품점 정도면 내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창업 커뮤니티나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니 현실은 좀 달랐다. 요즘 뉴스에도 나왔지만, 초등학교 주변 무인 판매점에서 유통되는 수입 간식들이 위생 문제로 말이 많다. 예전에 칸쵸상점에프엔비에서 수입한 지구모양 젤리 같은 거, 아이들이 재미로 사 먹는데 알고 보니 꽤나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하더라. 내가 단순히 아이스크림만 팔 줄 알았는데, 요즘 무인점은 과자나 간식류 비중이 워낙 높아서 그런 이슈가 터지면 사장이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 갑자기 부담으로 다가왔다.
24시간 매장의 숨겨진 피로감
무인 점포라고 해서 사장이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을 지인에게 들었다. 일단 CCTV를 하루 종일 모니터링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물건이 도난당하거나 기계가 고장 나면 새벽이라도 뛰어가야 한다고 한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냉동고 고장 나면 수백만 원어치 재고가 다 녹아서 버려야 하는데, 그런 리스크를 혼자 다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요즘은 웬만한 동네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최소 두세 개씩은 있어서 경쟁도 치열하다. 창업 비용으로 수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하고 월세까지 내면서, 고작 몇백 원 남는 아이스크림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게 정말 효율적인 건지 갑자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무인 매장 창업의 복잡한 현실
실제로 내가 운영하려던 상가 근처에 무인 점포가 하나 들어섰는데, 처음 한 달은 신기해서 사람들이 좀 오더니 두 달째 되니까 파리만 날리더라. 그 모습 보니까 덜컥 겁이 났다. 로봇 커피머신이나 스마트오더 시스템이 갖춰진 곳도 가보면, 기계 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러워서 주변 상점 주인들이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무인 가게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관리해야 할 항목도 늘어나는데, 나는 그냥 ‘몸 편한 창업’을 원했던 거지 ‘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수익률 계산기를 두드려보며 엑셀 창을 띄워놨지만, 월세와 전기세를 빼고 나니 생각보다 손에 쥐는 돈이 너무 적었다. 한 달에 순수익으로 백만 원이라도 건지면 다행인 수준 같았다.
마음 한구석에 남은 아쉬움
결국 무인 매장 창업에 대한 꿈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무인 점포가 가진 그 편안함에 너무 매료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도피처로 창업을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24시간 돌아가는 기계들을 보며 부러워만 했지, 그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계를 고치고 재고를 채우는 사장님의 모습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냥 편하게 집에서 쉬면서, 가끔 지나가다 무인 점포를 보면 ‘저기는 오늘도 평화롭나’ 하고 한 번씩 쳐다보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창업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닌데, 괜히 퇴근길에 헛된 희망만 부풀렸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분간은 지금 다니는 직장에 좀 더 집중해 보려고 한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새벽에 냉동고 고장 나서 불려 나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