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하차 일을 알아보다가 밤잠만 설치고 왔다

새벽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차갑더라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구인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가락시장 일자리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50대에 접어드니 이제는 뭐 하나 제대로 시작하는 게 겁부터 난다. 사무직만 전전하다가 몸 쓰는 일은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주변에서 하차 일은 나이 상관없이 일단 시작하면 몸은 고되도 벌이는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남양주시 일자리 센터나 경기도 일자리 센터 같은 곳도 기웃거려봤지만, 영 눈에 차는 게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대단한 경력을 쌓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출 이자 조금 보태고 생활비에 보탤 용돈벌이라도 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헬리오시티 근처를 서성였던 이유

지도로 위치를 찍어보니 생각보다 가까웠다. 헬리오시티 쪽을 지나갈 때마다 가락시장이 가깝다는 건 알았지만, 거기가 내 일터 후보지가 될 줄은 몰랐다. 밤 10시쯤이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장 주변을 한 바퀴 둘러봤다. 낮의 가락시장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오는데 내가 저 틈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박스를 나르는 분들을 보는데, 다들 표정이 무덤덤했다. 그 무덤덤함이 오히려 나한테는 더 크게 다가왔다. 적응하면 다 이렇게 되는 걸까, 아니면 이 안에서는 감정을 지우고 살아야 하는 걸까.

일당과 현실 사이의 괴리

인터넷에서 본 정보로는 하루 일당이 15만 원에서 20만 원 선이라고 했다. 물론 업체마다 다르고, 어떤 물건을 내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막상 가서 사람들을 보니 몸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당장 며칠만 하고 관둘 게 아니라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 건데, 하차 일은 정말 정년이 보장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남았다.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려 해도 다들 바쁘게 움직이느라 눈 한 번 마주치기 힘들었다. 신규 가입 이벤트나 뭐 이런 것들로 푼돈 버는 알바랑은 차원이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

결국 용기가 안 났다. 그냥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현실 도피처로 이 일을 찾으려 했던 걸까. 고려대 채용 공고나 경기도 일자리 센터에서 안내받은 다른 사무 보조 일들과 비교해보면, 이쪽은 확실히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세계였다. 가평 일자리나 경기 광주 일자리 같은 곳은 너무 멀어서 엄두도 안 났는데, 가락시장은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여전히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구인 사이트 몇 개를 띄워놓고 있다. 50대 일자리로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어떤 날은 그냥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시작할까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좌담회 알바 같은 걸로 몇 푼 챙기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새벽에 나가서 몸 쓰는 일을 평생 할 자신이 있는 건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내일 다시 시장 쪽을 한번 더 가볼지, 아니면 그냥 다른 일을 찾아볼지. 아마 내일도 그냥 사이트만 새로고침하다가 밤을 보낼 것 같다. 딱히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오늘은 그냥 이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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